22년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을 해.
1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길수도 있는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살았던 한 해이다. 정말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단체에 속해보기도 했다. 어느 정도 내 성격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생기며 “이혁”이라는 존재에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달력에 빼곡히 찬 일정들은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바쁘게 살다‘와 ’열심히 산다‘는건 다른 의미이다. 바쁘게는 살았지만 열심히는 살지 않았던 해, 그럼에도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고 한층 성장했다는 느낌이 드는 한 해였다. 그런 점에서 월별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달력을 보며 회상해보려 한다.
1월 & 2월: 여행, 신입생 맞이 준비
#백준 #여행 #독서
1월에는 여행을 많이 다녀왔다. 1학년이 끝나고 한해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해 해주는 보상? 사실 내가 여행을 막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면 제일 재밌어하는 듯 하다. 비교적 널널한 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때 인생 처음 헬스를 시작했는데, 2월이 되고 점점 느슨해져갔다.
2월 말에는 신입생 맞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예비대학과 함께 콕 신규 학회원을 모집했고, 수시로 콕 가입 문자가 날라왔다. 빠르게 마감되긴 했지만 공지 작성하고, 톡방 올리고, 카페 관리하고 하는 등 쉴틈은 없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기는 아닌지라 대회도 나가고, 나름 여유롭게 살았던 것 같다.
새내기에서 선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좀 긴장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대비도 괜찮게 하고 여행도 다니며 밸런스 잡힌 삶을 산 기간으로 보인다. (사실 벌써 1년은 된 내용이라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괜찮았던 듯.)
이 기간에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책”인듯 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책이란 것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이맘때쯤 봤던 영화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때문인데,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울었던 적도 없고 원작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영화를 자주 보는 타입이 아니라 슬픈 장면에 약한 것도 있지만 꽤나 큰 영향을 받았다.
안그래도 1월 1일부터 각 잡고 하루에 백준 한 문제씩 풀었는데, 바로 책에 재미 들려서 책도 읽기 시작했다. 1월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일 1백준은 아직까지도 해오고 있으며, 책도 읽다보니 독서 연합 동아리에 들어가 주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루에 백준 브론즈 하나 풀어서 뭐하나? 싶다가도, 1년전과 마인드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1학기: 학교생활 마스터
#콕 #동아리
1학기는 콕에 헌신적으로 살았다. 2022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콕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학회,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지금의 내가 동아리 7개를 하고 있는건 이 시기의 활동이 크다.
아무래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기에 정신 상태가 이때 많이 바뀐 듯하다. 점점 공인이 되어가는게 느껴진다. 연예인병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느꼈다. 행동이나 언행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고,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듯 하다.
그래서 이때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을 굉장히 많이 했다. 점점 나를 아는 사람은 많아지고, 내가 맡은 일도 많아지는데 내가 이것들을 다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솔직히 이건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원래 이혁이라는 사람보다 내 이미지가 잘 형성된 느낌. 그래도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새로운 일을 맡아서 하고 싶어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들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3-6월 달력을 보면 이 일정을 어떻게 소화했지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고, 제대로 된 공부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일도 그리 많지 않았던거 같은데.. 가장 방탕하게 산 1학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열심히 후배들이랑 놀고, 좋은 추억도 많이 남기긴 했다. 공부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별로 안 한 듯.
여름방학: 도전
#일본 #면허 #GDSC
1학기가 끝마치자마자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막상 가면 좋아하고.. 그냥 계획짜는 걸 싫어하는 걸지도. 1학기 수업에서 일본어를 배우며 일본을 가고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여름방학에 자금 여유가 좀 있어서 바로 갔다왔다.
일본에서 많은걸 보고 배웠다기 보다는, 되게 괜찮았다. 여태 다녀온 여행 중에 가장 부담안되고 편하게 다녀온 듯 하다. 살면서 처음 떠난 해외 여행이었고, 타지에 나가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만 쓰는 환경에 가본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일본어 잘하는 친구 데려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소통의 문제는 없었다. 나도 일본어를 배우긴 했다지만 진짜 기초적인 것들도 막상 상황에 놓여지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본어를 좀더 배우고 싶다고 생각이 들기도..
이번 방학에는 무조건 면허를 따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사실 공익 판정을 받기 전이라 카투사와 공군 지원을 위해 운전면허도 따고, 토익도 따고, 한국사 자격증까지 따려고 했었다. 물론 공부들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토익은 따나마나 한 점수를 받았고, 한국사도 예전보다 떨어진 3급을 받게 되었다. 운전면허는 처음부터 2종으로 신청하여 빠르게 따놓긴 했다. 막상 다 끝나고 나니 카투사는 지원할 성적이 안되었어서 빠르게 포기했다.
다만 이 당시 콕 운영진들끼리 부산을 갔는데, 여행을 가서 알게 내가 생각보다 평발이 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변 평발 공익 친구들과 비교를 해봤는데도 내가 제일 심하다는 걸 보고 속으로는 공익으로 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콕 학회장이 끝나고 다시는 운영진 안하겠다고 생각한 것에 반해 GDSC 운영진에 지원하게 되었다. 약간의 가스라이팅(?)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겨울방학 때 GDSC 멤버에 지원했다가 붙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라도 들어와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DevRel팀의 코어멤버로 합류하고나서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했는데, 막 익숙한 일처리 방식은 아니였다.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봤을 때도 내 흥미를 사기엔 충분했다. 확실히 체계적이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는 환경이었다. 1학기 때는 GDSC 활동을 열심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만회할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2학기: 수업이 뭔가요
#술 #GDSC
2학기에는 정말 수업을 가지 않았다. 학교는 꾸준히 갔었으나 수업에 들어가는 일을 매우 적었다. 물론 수업을 안들었다는게 그리 당당한 행동은 아니긴 하지만, 딱히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렇게 째나 싶기도 하다. 학점도 생각했던거보다 잘나오기도 했고, 수업 밖에서 했던 활동들로 많이 성장했던 시기기에 만족하려 한다.
가장 바쁜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GDSC 코어멤버 활동이었다. 물론 일 자체가 많은 것보다는 내가 미루고 미루다가 낮에 처리하다보니 수업시간에 하게 된게 문제였다. 일을 밤에 처리한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저녁에 항상 일정을 잡아놓은 탓에 집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밤에는 나른해져서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않으니 낮으로 미루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사실 술마시고 논 날도 많긴하다. 특히 9-10월에는 살면서 가장 마신 기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쉬지않고 마셔댔었다. 내 스스로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절대 술자리에 빼지 않았었다. 올해도 새내기들을 만나서 술마실 일들이 꽤 있겠지만 이때처럼 다시 마실 일은 없을거 같다. 이제 나이가 있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놓치는 일들이 너무 많다. 횟수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내 일들도 잘 챙겨야 하는데 싶기도 하다.
11월에는 캘린더를 봤을 때도 전체적으로 노란 부분이 많다. 노란색은 공부 관련 동아리 활동들이라 그만큼 학술적인 활동으로 한 달을 보냈었다는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한건 아니고 뭔가.. 주변 환경들이 개발 관련된 것들로 가득했었다.
마무리
사실 이 마무리 파트는 이미 2024년 10월이 되고 나서 작성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 글이 한참 전 과거 얘기이기도 하고, 쓰던 글은 마무리해야 하니까 적는 내용이다. 위에 내용을 읽어봤을 때도 그리 중요한 내용도 없고 회고의 의미도 크게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사실 지금 다시 와서 생각해보면, 2023년은 나에게 그렇게 의미 있던 한해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와서 과거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올 한해가 더 다이나믹한 한해이다. 책을 많이 읽던 때라 그런지 확실히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이 보인다. 2023년에 많이 성장했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예스다. 내가 그저 술게임 좋아하고 노는걸 좋아하던 아이에서, 개발 판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받았고 수많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던 한해였다.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바라보며 계획했던 것들. 올 한해는 내가 바라보기에 잘 마무리하고 있는가?
'자유공간 > 중앙 회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고록: 2023년은 나에게 어떤 해였는가 (1) (7) | 2024.10.21 |
---|---|
피드백: 커뮤니티와 경기장의 비유 (0) | 2024.10.20 |
회고록: 눈꽃톤을 참여하고 나서 (0) | 2024.02.04 |
회고록: DevFest on Campus를 운영하고 나서 (18) | 2024.01.15 |